[시] 스케치북
자그마한 나무의 잔재가 그리는 나.

사사삭 사사삭 사사사삭

나의 팔에 달린 손이란 물체는 나의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어
채워지지 못하는 공간에 성을 낸다.

수북히 쌓인 지우개똥.

내 얼굴을 잊어버려 거울을 보고 따라그린 내 그림은

한폭의 모나리자 같다.

사사삭 사사삭 사사사삭

지우고 다시 그려 찢어버린 내 스케치 북에 남은건
내 지금의 나의 초상화다.

-------------------------------------------------------------

한때 필력으로 먹고 살던 저인데 많이 죽었네요.
요즘 공부를 시작해서 연필이란 것을 자주 씁니다.
성격이 지랄맞은 저로서는 샤프의 연약함이 영 거슬릴 떄가 많아서....
막 흘려쓰고 외울라고 반복한 연습지의 잔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모이기만 하고 영원히 끝까지 쓰지 못하는 지우개들.
초등학교때부터 모은 지우개부터 시작해서 지금 동생 녀석이 쓰는 지우개.
문득 제가 낙서한 것들을 지워봤습니다.
남는건 지저분한 지우개똥과 거무죽죽해진 지우개똥이더군요.
저는 문득 동생의 스케치북이 생각났습니다.
어릴 적 그림그리기를 참 좋아했지만 잘 하지를 못했던 정형화.
가장 못하는건 바로 제 손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다가 본 얼굴.
고2때 사진이 조만간 올리겠지만 살도 엄청 찌고 느낌이 변해버린 얼굴.
거울을 꺠버리고 싶더군요. 영원히 제 얼굴을 보지 않고 살아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기에.....

전에 프랑스에서 르브르 박물관인가에서 본 모나리자가 생각나더군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인다는 그 그림....
전 무척 슬프게 보였는데...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떠올라 써봤습니다.

어릴 적 스케치 북에서 얻은 건.... 한번 그려진 그림은 지우게 되면 더러움만 남는 다는거...

그것이 어쩜 인생인지도.....
by 숲지기 | 2006/09/12 22:14 |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Helles.egloos.com/tb/269228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김지민 at 2008/09/04 18:17
시를 쓴 사람이 숲지기 인가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